보이지 않지만 점점 쌓여가는 ‘광케이블 쓰레기’
눈에 띄지 않는 산업의 그림자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전선과 통신선이 땅속과 건물 외벽을 따라 깔려 있다.
그러나 통신망 교체나 신축 공사 이후 버려진 광케이블들은
대부분 정식 처리 절차 없이 방치되거나 매립되고 있다.
2025년 기준, 한국에서 발생하는 폐광케이블은 연간 약 12만 톤으로 추산된다.
그중 절반 이상이 공식적인 회수 시스템을 거치지 못하고
야외 적치나 불법 매립 형태로 남아 있다.
광케이블은 통신의 핵심이지만, 폐기 시에는 오히려 환경위험 요인으로 변한다.
겉은 단단한 절연재로 덮여 있지만 내부에는
구리, 알루미늄, 철심선 등 각종 금속과 플라스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방치되면 장기적인 오염을 유발할 수 있다.
버려진 광케이블이 위험한 이유
1. 미세플라스틱과 유해가스 발생
광케이블의 외피는 대부분 PVC(염화비닐수지), PE(폴리에틸렌), PBT(폴리부틸렌테레프탈레이트) 등으로 구성된다.
이 물질들은 햇빛과 비, 온도 변화에 노출되면 분해되며 미세플라스틱으로 변한다.
토양과 하천을 따라 이동한 미세플라스틱은
농작물과 수산물 생태계에 스며들어 식품 안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불법 소각 시, PVC 외피에서 염화수소(HCl) 와 다이옥신(dioxin) 이 발생한다.
이 독성 가스는 호흡기 질환, 발암성 문제를 유발할 수 있으며
주변 지역의 대기질을 악화시킨다.
즉, 버려진 케이블은 단순한 쓰레기가 아니라 잠재적 유해물질 배출원이다.
2. 중금속 오염
광케이블 내부 금속선은 시간이 지나면 산화되어
구리(Cu), 니켈(Ni), 철(Fe) 등의 중금속 성분이 토양으로 스며든다.
이는 지하수 오염으로 이어지고,
결국 농촌 지역이나 하천 주변의 생태계 교란을 유발한다.
특히 오래된 통신선에는 납(Pb)이나 카드뮴(Cd) 도포제가 포함된 경우도 있어
방치 시 환경 위해성이 더 커진다.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산업폐기물
법적 분류의 모호함
현행 「폐기물관리법」에 따르면 광케이블은 **“사업장폐기물”**로 분류된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통신장비의 부속물 혹은 건설잔재물로 간주되어
명확한 관리 주체가 부재하다.
그 결과, 통신망 교체를 담당하는 하청업체나 시공업체가
해체된 케이블을 한곳에 쌓아두고 인계 절차 없이 방치하는 일이 빈번하다.
환경부의 조사(2024년)에 따르면
국내 폐광케이블의 약 **48%**는 비공식 경로로 처리되고 있으며,
일부는 불법 매립·소각, 일부는 공장 뒤편·산업단지 외곽에 적치된 상태로 남아 있다.
이것이 바로 “보이지 않는 산업폐기물의 진실”이다.
방치가 부른 경제적 손실
자원 가치의 소실
폐광케이블 속에는 구리, 알루미늄, 재생수지 등
고부가가치 원자재가 다량 함유되어 있다.
2025년 기준 주요 원자재 시세는 다음과 같다.
| 원자재 | 2025년 단가 (톤당) | 환산 금액 (원 기준, 1달러=1,350원) |
|---|---|---|
| 구리 스크랩 (Copper Scrap) | US$ 9,400 | 약 12,690,000원 |
| 알루미늄 스크랩 (Al Scrap) | US$ 2,000 | 약 2,700,000원 |
| 재생수지 (PE/PVC/PBT) | US$ 1,200 | 약 1,620,000원 |
폐광케이블 1톤에는 평균적으로
- 구리 약 300kg,
- 알루미늄 약 100kg,
- 재생수지 약 400kg이 포함되어 있다.
즉, 방치된 케이블 1톤의 경제적 가치는 약 490만 원 수준이다.
이를 단순 폐기할 경우, 자원의 손실뿐 아니라
수입 원자재 의존도를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정부와 산업계의 대응 필요성
1. 체계적 회수 시스템 구축
현재 폐광케이블 수거는 민간업체가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수익성이 낮거나 회수비용이 높을 경우
수거가 중단되거나 일부 지역은 아예 방치된다.
따라서 정부 차원의 공공 회수 네트워크 구축이 시급하다.
예를 들어,
- 각 지자체별 ‘산업폐기물 집하센터’ 내 폐케이블 전용 구역 설치
- 통신사 및 전력사와의 공동 관리협약 체결
- 폐기물 인계·인수 전산 시스템(Allbaro) 의무 등록 강화
이러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방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다.
2. 재활용 산업 지원 확대
환경부는 2025년부터 “산업폐기물 순환자원화 지원사업”을 통해
폐전선 및 폐광케이블 처리설비 구축비의 최대 30%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탄소중립형 재활용기업에는
탄소배출권 가산점과 저리 녹색산업 융자(연 1.75%) 도 함께 제공된다.
이러한 정책은 폐케이블 재활용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시민과 기업이 함께 바꿔야 할 인식
방치된 케이블은 “쓸모없는 쓰레기”가 아니라,
수익이 가능한 자원이자 환경보호의 열쇠다.
국민 누구나 통신선 철거 현장, 공사장, 창고 등에 쌓여 있는 케이블을
방치된 폐기물이 아닌 “회수 가능한 자원”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기업 역시 폐기물 처리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불법 매립이나 소각에 의존하기보다,
인증된 재활용 업체와의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ESG 경영과 순환경제 실천의 출발점이다.
결론: 버려진 광케이블은 ‘환경 시한폭탄’이다
겉으로는 단단한 절연체지만, 시간이 지나면 환경에 스며드는 유해물질.
그 속에는 구리·알루미늄 같은 고가 자원이 숨어 있지만
관리 체계 부재로 그대로 버려지고 있다.
이제는 단순히 “폐기물 처리”의 문제가 아니라,
환경·경제·정책이 동시에 얽힌 사회적 과제다.
정부는 관리제도를 명확히 하고,
기업은 회수·재활용 체계를 강화해야 하며,
국민은 인식을 바꿔야 한다.
버려진 광케이블이 더 이상 환경의 시한폭탄이 되지 않도록
지금이 바로 ‘산업폐기물의 진실’을 직시해야 할 때다.